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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소통의 미학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9.02.07 06:32|조회수 : 272

인권운동가로서 정의와 평화를 외친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를 찾아 영전에 엎드려 절하면서 반드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송구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하는 성인들 중 김복동 할머니를 모르는 ‘무식한 얼치기’는 없으리라 믿는다. 철모르는 14세소녀로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수많은 소녀들과 치욕의 세월을 견디며 8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녀의 인생은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그후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자신을 드러내고 그때의 아픔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면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과, 피해당사자들의 명예회복을 부르짖었다.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오클랜드에 차려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그러면서 의아했다. 나의 소견으로는 이런 행사는 당연히 오클랜드 한인회나 민주평통 뉴질랜드협의회가 주관해야 했다. 헌데 어느 작은 모임의 주관이었다. 어쨌든 이런 행사가 교민사회에 행해진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빈소를 찾아갔다. 나는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꽃다운 시절을 암흑 속에서 보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국민에게 있어서 국가는 무엇이고, 국가에 있어서 국민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마음속에 분노가 일었다. 나는 사상가도 철학자도 정치꾼도 아니다. 나는 민족 사관을 탐구하는 민족주의자도 못된다. 나는 백성이고 국민이고 한낮 볼품없는 민초일 뿐이다. 한 민초로서 같은 민초의 재앙이 가슴 아팠고,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들이 부르짖는 원한을 숨기려 했고, 적당히 마무리 하려했고,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국가와 지도자들이 혐오스러웠다. 비록 할머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도 당신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소년같은 마음에서 빈소를 찾아갔을 뿐이다. 허긴 그냥 할머니 얼굴모습이 내 어머니의 고운 모습과 닮아서 찾아갔다면 또 어떠랴.

 나는 오클랜드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차린 주최측의 성향은 모른다. 다만 내가 만난 주최자들은 더좋은세상을 꿈꾸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억해야할 것들을 기억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서로를 사랑하자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논리적판단을 넘어서는 정서적 동질감 때문에 이런 행사를 준비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주최자들에게 감사하면서 이런 행사는 한인회나 민주평통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들은 뜻 모를 미소만 지었다. 나는 그들의 지성과 이성과 순수성에 깊이 고개 숙였다.

 지인이 전해준 소식에 의하면 미국 달라스 한인회와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가 손을 맞잡고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들은 교민들에게 ‘우리가 함께하면 못 이룰 게 없다’던 김복동 할머니 가시는 길에 많은 분들의 위로와 힘이 되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했다고 한다. 전문을 소개한다.

<고인 되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빈소를 아래와 같이 마련합니다. 바쁜 시간이지만 참석하시어 고인에 대해 추모와 애도를 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2019년 1월30일(수)~2월1일(금). 장소: 달라스 한인회사무실(한인문화센터내). *영화상영: 귀향 2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상영기간: 2019년 1월30일(수)오후1시. *영화상영장소: 한인문화센터 아트 홀> 여기에 언급된 영화 귀향 2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에 대한 기록과 위로의 영화 ‘귀향’에 이어 제작된, 고통의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위안부할머니들의 증언과 그 할머니들의 시간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우리가 전하는 약속이다.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교민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야말로 지도자의 품격에 따라 함께하는 사회가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를 보여준 관계와 소통의 미학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와 관련해 거두절미하고 오클랜드 한인회장과 민주평통뉴질랜드 협의회장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좀 아는가? 교민들과 어떻게 관계 해야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도 하는가? 부끄러운 줄 알라!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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