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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9.01.17 09:48|조회수 : 356

 ‘곧은 글’ 쓰고 소송을 당해 수년 동안을 정신적 경제적으로 불편함을 안고있는 그와 술 한잔 나누고 싶었다. 그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싶다는 그런 건방지고, 주제넘고, 가당치 않은 생각 에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의미없이 두서없이 덤덤하게 나눠보고 싶어서였다.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지글지글 굽고 술잔을 부딪쳤다. 저녁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가림막을 흔들었지만 숯불은 개의치 않고 푸른 불꽃을 일궈냈다. 불꽃에 비친 그의 표정은 힘들 것이라는 내 추측이 무안하게 너무나 평온했다. 거기에다 아무 걱정 없는 여유로움까지 비쳐졌다. 뭔지 모르지만 문득, ‘그래, 그렇게 사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맹자는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구차하게 굴지 말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구차하게 굴지 말라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고, 답답하고, 좀스럽게 살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한데, 용기는 어떤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마음, 곧 부동심(不動心)에서 우러나온다고 했다. 아울러 그것은 억지로 키워진다고 해서 키워지는 것도 아니다는 거다. 맹자가 특히 강조한 것은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했다. 호연지기란 자유롭고, 유쾌한 마음으로,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운바 없는 용기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맹자의 결론은 좀스럽지 말고, 당당하고, 자유롭고, 유쾌하게 살라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글에서 “도덕을 설교하거나 당위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사상이나 이론을 설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드러내놓고 비판하거나 미워할 생각도 없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고찰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말한다.”

 나는 그의 정신적인 평온과 여유를 느꼈지만, 경제적인 불편함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가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것을 보았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경제적인 후원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액수는 그가 감당해야할 몫에는 어림도 없지만, 그 십시일반의 분출이 놀라웠다. 그들은 누구를 미워하는 자를 미워했고, 누구를 증오하는 자를 증오했고, 홀로 아파하는 자를 아파했다. 의외로, 지금 우리가 사는 여기 이곳에는 호연지기를 실천하며 자신의 삶의 이정표를 정의롭고 바르게 세우며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람들이 넉넉하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넉넉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평온함과 유쾌함을 선물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의 ‘곧은 글’은 절대로 곧았고, 곧음은 절대로 외롭지 않다는 증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숯은 길다랗게 짧게 부서진 볼품없는 몸뚱이에 상처를 내면서 말없이 불꽃을 일궈 맹렬하게 타올랐다. 숯불은 날것을 익혀주었고, 불어대는 바람과 마주서며 따뜻함까지 던져주었다. 숯불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숯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함께 바르게 가야한다고 떠들지만 그것은 타인에게만 부르짖는 구호일 뿐인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들은 상대방을 향해 설교할 줄만 알지 자신을 향해서는 설교할 줄 모르는 위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상대에게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지적하면서, 자신은 거울을 등지는 자기모순을 내보인다. 그들은 누구에게 설교하지 않았고 누구에게 떠들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을 거울에 비추며 묵묵히 행동했다, 그들은 숯불처럼 훈훈함을 그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고 했다. 상처받지 않고 사는 것이 행복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누구는 그 상처를 아파하며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누구는 그 상처를 쓰다듬고 아물 때까지 견디며 의연하게 버텨간다. 그것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대답 인지도 모른다.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라고 했다. 그에게 닥친 불편함을 그 스스로 헤쳐나갈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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