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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친구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8.11.29 09:28|조회수 : 290

삶의 질곡을 헤매다 보면 친구가 큰 위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힘든 일이 친구 사귀는 일이라고 한다. 특히 이민사회에서 참다운 친구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말도 있다. 나름대로의 지난한 삶 때문인지 솔직한 마음 열기가 간단치 않다는 뜻일 거다.

그 시절, 군대간 친구들은 하나같이 부자이며 권력자의 자식이나 친인척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대접받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모두를 부자나 권력과 관계 있는 사람으로 만든 거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대하니 제대한 후에도 친교를 지속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았다.

세상살이 하다 보면 자신의 출생이나 학력 경력 가족력에 색동옷을 입히면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사람이 있다. 입만 열면 대단한 재력가인 듯 자기 과시에 침을 튀긴다. 대궐에서 살다 나온 듯 과거를 풍선처럼 부풀린다. 그러면서 손익계산에서는 여우보다 더 약삭빠르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이런 사람은 정말이지 가까이하고 싶지않은 사람이다.

좀 듣기 거북한 소리겠지만, 이민사회에도 고국의 군대처럼, 고국에서 엄청 잘 나갔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생활이 여유 있고 풍족해 뭐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고국의 자연환경이나 사회환경이 너무 불쾌해(?) 이민을 단행했다는 듣기에 편치 않고, 소름 돋고, 역겨운 청렴결백지사와 자연보호지사가 있다. 인간은 자신을 우상화하고 싶어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지난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이상으로 부풀리는 환상에 빠진다. 자신이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 부정이다. 그러다 보니 솔직하지 못하고 허구와 가식에 젖은 언행으로 굳어져 버린다. 당연히 인간관계에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담담하게 드러내며 진솔한 삶을 꾸려가면서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세상 어느 곳처럼 이민사회에도 가식이라는 탈을 쓴 인물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간에 고국 언론을 통해 드러난 한 교민 부부의 사기사건은 교민사회를 더 깊은 불신의 늪으로 몰아넣고있다. 부부는 20여년전, 가족처럼 서로 믿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남아있다는 고국의 시골마을사람들을 속여 “당시 물가로 20억원대(현재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돈”을 사기하고 야반 도주해 뉴질랜드로 들어왔다는 거다. 부부의 사기로 평화롭던 마을은 쑥대밭이 돼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쑥대밭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남아있는 마을사람들이 대를 물려 사기 당한 빚을 갚아야했던 고통과, 형제처럼 의지하던 친구들과 이웃들이 서로를 믿지못하는 불신이 시작됐다는 거다.

부부는 오클랜드에 자리를 잡고, 고국에서의 삶을 숨기고 부풀리면서 사기친 돈으로 뻔뻔하게 사업을 벌리며 고국에서 방영되는 TV에까지 얼굴을 내밀었단다. 세상의 날카로운 눈을 전혀 개의치 않은, 말그대로 강심장 부부인지 망각병환자인지 판단이 안된다. 이 부부의 내면이 공포스럽다. 이 부부는 고국의 착하고 순박한 마을사람들뿐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땀 흘리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교민들에게도 불신과 의심이라는 씨앗을 심어줬다. 정말 이러다가는 모든 교민의 신상을 탈탈 털어봐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나 않을는지 염려된다. 심지어 고국에서 강도 살인을 저지른 자가 돈 보따리 짊어지고 제 식솔들을 앞세우고 당당하게 이민 사회로 흘러 들어온 경우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이민사회는 믿을 인간이 없다’는 터무니없는 불신이 회자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뜻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되돌려 받는다는 삶의 진리다.

내가 아는 어느 친구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거짓말도 잘 못한다. 선의의 거짓말을해도 얼굴이 붉어져 바로 들어나 버린다. 자신을 내세우지않고 겸손하다. 친구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다. 세상사람들은 그런 그를 바보 친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 그런 ‘바보 친구’만 가득하다면 불신이라는 말은 없을 거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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