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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8.11.22 07:30|조회수 : 414

최근에 읽은 책에 있는 내용이다.

<미국의 어떤 사업가가 멕시코 해안가 작은 마을의 부두를 찾아갔다. 거기서 그는 혼자서 부두에 배를 댄 어부를 만났다. 작은 배 안에는 커다란 황다랑어 몇 마리가 있었다. 미국인은 어부에게 좋은 물고기를 잡았다고 칭찬하면서 물고기를 잡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고 물었다. 어부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미국인은 멕시코 어부에게 그럼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었다.

“늦게까지 자다가 물고기 좀 잡고 아이들이랑 놀기도 하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도 합니다. 저녁마다 동네에 산책을 나갔다가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고 기타도 치고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죠.”

어부의 말을 들은 미국인이 이렇게 말했다. “전 MBA를 나왔습니다. 제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시간을 들여 물고기를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판 돈으로 큰 배를 사세요.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 그렇게 번 돈으로 배를 몇 척 더 살 수 있습니다. 결국 선단을 갖게 되겠지요. 또한 잡은 물고기를 중간 상인에게 팔지 말고 가공업자에게 직접 팔면 통조림공장까지 열 수 있습니다. 당신은 생산, 가공, 판매를 모두 감독하게 되는 셈입니다.”

미국인은 쉬지않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곧 이 작은 마을을 떠나야 할 겁니다. 멕시코시티로 이사를 가고, 어쩌면 로스앤젤레스로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대도시에서 번창하는 당신의 기업을 운영하는 거죠!” 그러자 멕시코 어부가 물었다. “그 모든 일을 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15년에서 20년쯤 걸리겠죠.” “그런데 그 다음엔 뭐가 있죠?” “그 다음이 진짜입니다. 때가 되면 회사를 상장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당신은 아주 부자가 될 겁니다. 수백만 달러는 족히 벌겠죠!” “수백만 달러 라고요? 그럼 그 다음은요?”

멕시코 어부의 물음에 미국인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땐 은퇴 해야겠죠. 조그만 어촌 마을로 옮겨가서 늦게까지 자다가 물고기도 좀 잡고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밤에는 마을까지 산책을 나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며 기타도 칠 수 있습니다.”>

 이 얘기는 욕심을 위해 오늘의 안식과 즐거움을 던져버리는 현대판 이카루스(Icarus)의 얘기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끝없이 높게 오르고 싶다는 헛된 욕망 때문에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오르다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하고 만다. 또한 이 얘기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때문에, 바윗돌을 끊임없이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Sisyphus)의 고통을 자초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어리석은 삶의 방정식이기도 하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가 있다. 우리말로하면 ‘현재를 잡아라’ 또는 ‘오늘을 즐기라’는 뜻이다. BC 15년경, 그리스-로마 세계 전체의 주인이 되기 위한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제정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정치를 펼치고 있었다. 이때 로마의 서정시인 ‘호라티우스’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시를 지어 바쳤다. 그 시에 카르페 디엠 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영원한 권력을 쟁취하기위한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오늘을 버리면서 고통받지 말라고 충언 한 것이다.

우리에겐 1990년에 상영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딩’선생이 학생들에게 이 말을 외치면서 유명해진 경구다. 현재를 잡아라, 오늘을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은 주체적이고 충실한 ‘자신의 삶’을 상징하는 말이다.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내라는 뜻이 아니다. 오늘 하루에 충실하는 만족과 함께 즐거워하라는 뜻이다. 헛된 욕심에 빠져 귀중한 하루를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지 말라는 거다.

 아득한 BC 15년경에도 터득했던 카르페 디엠을, 2000년도 넘게 흐른 현재까지도 깨우치지 못하고, 헛된 욕심으로 가득 찬 우리들이 주위에는 너무 흔하다. 우리들을 위해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친 호라티우스의 시 끝 구절을 소개한다.

“오늘을 잡으시오, 내일에 대한 믿음은 할 수만 있다면 접으시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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