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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관찰자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8.10.25 08:51|조회수 : 368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의 저자’ ‘자본주의의아버지’로 알려진 정치경제학자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도덕 철학자’이기도 했다. 스탠포드대학 러셀 로버츠(Russell Roberts)교수는 아담 스미스의 또다른 저서 <도덕 감정론>을 원저로 한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아담 스미스는 위대한 도덕 철학자임을 밝혔다. 아담 스미스는 1970년대 그 까마득한 시대에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긍정적이며 날카로운 주장을 했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이렇게 설파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가 있다. 나의 행동이 옳은지 공정하게 알려주는 가상의 인물이다. 공정한 관찰자 덕분에 우리는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오직 공정한 관찰자를 통해서 나 자신,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이 미미하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는 공정한 관찰자의 눈을 통해서만 잘못 발현된 자기애를 바로잡을 수 있다. 공정한 관찰자는 때로는 타인을 위해 나의 큰 이익을 양보하는 행위가 적절하다고 알려준다. 또한 아주 큰 이익을 얻는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아주 작은 피해를 주는 행위가 매우 잘못됐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여기에서 ‘공정한 관찰자’는 이성, 원칙, 양심, 가슴 속 동거인, 내부 인간, 우리 행동의 위대한 심판자이자 결정권자를 뜻한다. 아담 스미스는 “당신 역시 먼지처럼 많은 세상 사람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잘나지 않았다. 당신이 추잡스러우리만치 이기적으로 군다면, 분명 사람들의 분노와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며 “공정한 관찰자는 우리가 타인의 행복을 건드리려 할 때마다 우리의 몰염치한 격정을 향해 깜짝 놀랄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친다”고했다. 과연 그럴까?

 박용진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정한 관찰자의 이성과 원칙과 양심에 따라 사립유치원비리를 공개했다. 대한민국 사립유치원어린이 비율은 국공립 대비 78.93%를 점유한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유치원원비를 납부한다. 정부는 별도로 사립유치원아동1인당 월29만원의 국가지원금을 사립유치원에 지급한다. 전국사립유치원 9029곳 누리과정(만3세~5세)에 7년간 10조2411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만 1조8341억원이 투입됐다. 이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을 사립유치원원장들이 쌈짓돈처럼 사용한 거다. 전국사립유치원 20%에불과한 1878곳 감사에서 만 비리 5951건, 수상한 지출 269억원이 적발됐다. 원장들은 유치원교비로 명품가방구입, 남편해외여행경비충당, 성인용품구입, 자신의 아파트관리비지급, 원장개인자동차의 기름값 수리비 자동차세납부, 노래방사용경비 등등을 지급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공무원들은 유치원비리를 알면서도 눈감았다. 감사기관과 유치원의 유착관계는 비리의 도가니였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박용진 국회의원은 비리유치원명단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했다. 해당공무원과 사립유치원원장들의 비리 행태도 조목조목 파헤쳐 국민 앞에 보고 드리겠다고 했다. 국무총리는 비리 유치원 엄단을 지시했다.

 어린이를 볼모로 호사스런 생활을 유지하던, 비리집단으로 밝혀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서는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고자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리성명서라면 레코드처럼 되풀이되는 “일부 비리를 전체로 오도하고 있다”고 항변하면서 좌파정부, 좌파국회의원, 색깔론,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생떼를 쓰고 ‘비리 유치원 명단공개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폐업이나 휴업을 거론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의 도덕성은 추하다 못해 불쌍했다.

 아담 스미스는 실수했다. 그가 주창한 ‘공정한 관찰자’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누구나 마음 속에는 있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살아있지는 않다는 걸 지나쳤다. 누구는 공정한 관찰자를 두려워하지만, 누구는 두려워할 공정한 관찰자를 아예 지워버린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즉, ‘인간 포기’군의 존재를 도외시한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작금의 한국 유치원비리실태를 보았다면 그는 분명 <도덕 감정론>을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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