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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특별기획-3]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농업에도 적용...생산성 극대화뉴질랜드 국립식물식품연구소 최종현 박사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8.09.20 11:25|조회수 : 316

보관중인 농산물 품질측정 센서 연구개발... 업계서도 큰 관심

③뉴질랜드 국립식물식품연구소 최종현 박사

최종현 박사

뉴질랜드는 전체 수출의 60% 이상이 농업과 원예, 임업, 축산업 등 1차산업이 담당할 만큼 명실상부한 농업 선진국이다. 이처럼 뉴질랜드가 농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농업 수출 강국으로 발돋음하게 된 것은 1980년대 농업개혁을 통해 농민들 스스로가 정부 보조금을 철폐하고 생산품목별 조합을 만들어 경쟁력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적인 낙농회사 폰테라와 키위수출 회사인 제스프리가 탄생했다.

특히 이들 조합은 이윤에서 추가부담금인 ‘레비’(Levy)를 걷어 농업기술 연구개발에 사용해왔는데, 뉴질랜드 정부 소유의 원예-농업 분야 과학 기술 연구소인 ‘식물식품연구소’(PFR: Plant & Food Research)는 정부와 민간의 투자로 농산물 생산과 수확 후 저장 및 관리기술 등 세계적인 농업기술을 축적해왔다.

최종현 박사(사진)는 뉴질랜드 식물식품연구소의  한인 과학자이다.

최 박사를 통해 뉴질랜드의 농업 과학기술 연구 성과와 국가 주요 연구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농업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의 보람과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KiwifruitPackhouse: Plant & Food Research는 뉴질랜드 키위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새 품종 개발부터 재배, 수확, 수확 후 저장 보관, 수출에 이르는 전과정에 필요한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뉴질랜드 동포들에게도 ‘식물식품연구소’는 낯선데요.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식물식품연구소(New Zealand Institute for Plant & Food Research)는 뉴질랜드 정부 소유의 원예 농업 분야 과학 기술 연구소입니다. 연구 분야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나라들에서 정부의 지원 하에 과학 기술 연구소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정부도 1926년에 과학산업연구부(Department of Scientific & Industrial Research. DSIR)를 설립하여 과학 기술 연구를 지원해왔습니다.

1992년에 DSIR은 왕립연구소(Crown Research Institutes. CRIs)로 조직 개편이 되었고 분화된 연구 분야에 따라 각각의 연구소가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목축, 환경, 지질, 토지 자원, 수자원과 기후, 삼림 분야 등 7개의 연구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PFR는 그 중 하나이자 가장 큰 규모의 CRI입니다. 오클랜드에 연구소 본사가 있고 전국에 13개의 지사로 흩어져 있습니다. 호주와 미국에도 작은 지사가 하나씩 있습니다.

 

미국서 박사학위 마치고 스웨덴-호주서도 연구

 

Q. 한국에서 미국을 거쳐 다시 뉴질랜드로 왔다고 들었는데요. 그간의 여정을 알려주십시오.

그동안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회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여러 문화와 사회 시스템을 나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행운이지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스웨덴과 호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되는데 질문자의 의도와 달리 제 대답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최근에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언제 뉴질랜드에 왔다” 정도로 간단히 대답하고는 합니다.

 

연구하는 최종현 박사

 

Q. 현재의 직업/연구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때 꿈이 자주 바뀌긴 했지만 여러 번 ‘과학자’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연예인, 운동선수’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종이라던데 저희 때만해도 ‘과학자’라고 적는 친구가 적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잘 했기 때문에 막연히 이공계 진학을 고려했고 특히 고등학교 때 화학이 흥미로워서 화학과 화학공학을 놓고 저울질 했었습니다. 대학 전공으로 화학공학을 선택해서 전기화학공학/재료공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학위 과정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원이 되었고 이전의 연구 경험을 새로운 분야에 접목하기 위해서 이직을 해왔습니다. 제가 인생을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선택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흥미로운 것, 피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등을 고려해서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가족이 생긴 이후에는 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선택지 보기가 하나 밖에 없어서 선택하기 쉬웠던 적도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고민 끝에 어려운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앞으로 어떤 선택지가 주어질지 솔직히 기대도 됩니다.

 

식물 수분 전달 측정 센서 개발 한국과 공동 연구

 

 

식물 내의 수분 이동을 측정하는 센서.

 

 

Q. 현재의 연구과제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현재 다양한 연구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로 장비나 센서 관련 연구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의 연구 재단과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 하에 새로운 과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식물 내 수분 전달 과정을 측정하는 센서를 한국의 비닐하우스 환경과 뉴질랜드의 야외 과수원 환경에서 테스트하는 과제입니다. 측정된 데이터를 통해서 식물 성장과 수분 공급과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미 개발된 센서뿐만 아니라 이번 한국과의 공동 연구 과제를 통해서 한국 작물과 뉴질랜드 작물에 사용 가능한 새로운 센서도 개발하고자 합니다. 

 

 

RipeSense: Plant & Food Research에서 개발된 과일 숙성도 변화 감지 색변화 센서. 2004년 Time지가 선정한 ‘The Most Amazing Inventions of 2004’에 리스트 됐다.

Q. 그동안 식물식품연구소에서 어떤 연구를 해왔나요? 본인의 연구가 뉴질랜드 농축산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성과 의미가 있나요?

요즘은 경계가 많이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어느 정도는 대학 연구와 국가 연구소 연구 간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 연구가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연구라면 저희는 기존 산업 응용과 신산업 창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은 기존의 농산물 저장고에서 사용할 수 있는 품질 측정 센서 연구 개발 과제에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농산물이 포장까지 완료된 후 품종에 따라서는 수개월씩 저온에 저장 보관됩니다. 그 과정에서 농산물의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데 사실 열어 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센서를 개발 중입니다. 시제품은 저장 보관 중 품질 이상을 빠르게 진단하는데 상당히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저장 보관 과정에서 변질되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거나 버려지는 농산물의 수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기술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키위 와인 꿀 등 세계적인 경쟁력 갖춘 품종연구에 중점

 

Q. 뉴질랜드는 농축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들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식물식품연구소가 추진하는 주요 연구 과제는 무엇인가요?

Plant & Food Research의 사업 분야 내에서는 키위, 와인, 꿀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품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품목은 매년 수출액을 크게 경신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키위 $1.66b, 와인 $1.54b, 꿀 $329m). 키위를 예를 들면, Plant & Food Research는 새로운 품종 개발, 생산성 향상, 품질 향상 등의 분야에서 아주 다양한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Zespri와 꾸준한 협력을 통해서 뉴질랜드 키위 산업을 돕고 있습니다. 

 

새로운 종자 개발로 원예농업 지적재산권 획득 중요

 

Q. 식물식품연구소 등 전세계 주요 농업연구소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어디에 두고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요? 

 

다들 익히 들어서 아시겠지만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트렌드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원예 농업 분야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농업 분야가 첨단 과학 기술과는 거리가 있어 왔습니다. 아마도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인식이 되어 온데다가 대면적의 토지가 요구되는 산업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더해지듯이 농업 분야에서도 적은 노동으로 높은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자동화 연구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선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더한 센서 기술과 센서를 통해서 얻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미 있는 정보 도출 등이 최근, 그리고 앞으로도 큰 이슈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좀 더 근원적인 이슈인 전 세계 식량난 해결, 식품 안전과 관련한 연구가 꾸준히 중요하게 다뤄질 것입니다. 또한, 원예 농업 분야에서의 가장 큰 지적 재산권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고 기존 종자를 보호하는 것이 꾸준히 중요하겠지요.

 

Q. 한국과의 연계성은 어떤가요? 공동연구라든지 한국에서 관심을 둘만한 뉴질랜드의 연구성과나 뉴질랜드에서 관심을 두는 한국의 연구성과가 있나요?

원예 농업 분야에서 한국과 뉴질랜드의 교류는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꾸준히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한-뉴 FTA 협정 이후에 한국의 농업 관련 학생들이 뉴질랜드 산업을 배우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 키위 재배 생산 기술은 세계 최고입니다. 꾸준히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Plant & Food Research와 Zespri는 꾸준히 연구 개발을 하고 있고 그 성과는 한국을 포함한 키위를 재배하는 다른 나라들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내수 위주의 농업이고 뉴질랜드는 수출 위주의 농업입니다. 따라서 공동 연구나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교집합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 점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현재의 직업/연구를 통해 어떤 의미와 보람을 갖게 되나요?

연구원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제가 하는 일의 의미와 보람을 찾으려 꾸준히 노력합니다. 크게는 뉴질랜드 산업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경제 성장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손을 거친 키위가 수출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연구를 하면서 성공의 순간보다는 실패의 순간이 훨씬 많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인 연구가 의도했던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경우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됩니다. 또 연구 참여 학생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돕는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과학자에게도 연구결과 알리는 말하기-글쓰기 능력 중요

 

Q. 박사님과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적성이라든지 자질이라든지, 직업의식, 미래지향적인 가치 등등 갈수록 빨리 변하는 세상에 섣부르게 조언을 하기가 두렵더군요. 요즘도 꾸준히 이제 갓 성인이 된 연구 참여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학생들에게도 굳이 조언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질문을 받을 때마다 관련된 제 경험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한두 가지 꼽자면 글 쓰고 말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연구할 때는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과 아이디어나 생각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을 출판하거나 새로운 과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글쓰기 능력이 크게 요구됩니다. 학생들이 언어 쪽을 피해 가기 위해서 이공계를 선택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합니다. 안타깝게도 연구를 하신다면 글쓰기와 말하기를 절대 피해 가실 수 없습니다. 영원한 저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Q. 앞으로 계획이나 꿈 또는 도전에 대해서도 알려주십시오.

거창한 꿈보다는 우선 저에게 주어진 일, 연구 과제 수행과 연구 과제 신청 등을 성공적으로 해내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나면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백인 주류의 사회, 뉴질랜드에서 직장 생활하는 동양인 이민자로서 조직의 비중 있는 자리에 동양인이 너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자격이 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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