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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8.08.23 10:37|조회수 : 419

대한민국 언론들이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에 대해서 날 선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에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회를 비롯해 국정원, 국방부, 검찰청, 경찰청, 법무부 등 정부기관에 지급되는 말그대로 특수한 활동비다. 특활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활비는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않아도 되고, 영수증없이 사용할 수 있어 용처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눈먼돈’이라고 불리며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왔다. 눈먼돈 이다 보니 마치 쌈짓돈처럼 제 맘대로 사용하는 악마의 유혹이 된 거다.

 

 

쌈짓돈이란 쌈지에 들어있는 푼돈을 뜻한다. 쌈짓돈이 주머니 돈,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구별이 없는 마찬가지 돈이라는 의미다. 또한 아무 조건이나 제재없이 제 마음대로 쓰는 돈이라는 뜻도 된다. 감옥살이하는 이명박, 박근혜가 국정원의 특활비를 쌈짓돈 쓰듯이 사용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활비는 대한민국권력층의 부패를 생산해내는 원천이다. 자유한국당 전 대표였던 인물은 본인이 받은 특활비를 쓰고 남으면 생활비보탰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특활비는 묻지마 예산이라고 불린다. 올해 대한민국 전체특활비는 대략 8천억원대다. 1억 소리만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해지는 서민에게는 상상이안되는 액수다. 이 어마어마한 돈이 영수증도 필요 없고 사용 내역도 밝힐 필요가 없는 쌈짓돈이 돼버렸다. 이 부정한 돈을 고 노회찬의원이 자진해서 반납하면서 본격적으로 특활비폐지론이 거론되기시작한거다. 시민단체는 국회부터 먼저 특활비에 대한 사용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을위해서, 국민만 보고 간다는 헛소리 국회는 묵묵부답이었다. 얼마나 구린 게 많으면 밝히 질 못하는지 상상이 된다.

 언론의 계속되는 문제점 제기와 국민들의 따가운 눈살에 숨죽이던 국회가 처음으로 내놓은 반응은 국회 특활비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여론은 더 냉담했다. 걸핏하면 파당싸움질이나 하고 으르렁거리는 인간들이 돈에 있어서는 사이 좋게 한 목소리라고 빈정거렸다. 견디다 못한 국회가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각 당 원내대표들이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몫은 남겨둔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의비, 경조사비, 격려비는 있어야한다고 했다. 분노한 여론은 좀체 식을 줄을 몰랐다.

마침내 국회는 특활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업무추진비를 늘리겠다고 꼼수를 부렸다. 국회가 특활비를 폐지하겠다고 하자 공포에 떨던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검찰청, 법무부 등 정부기관들은 대신 업무추진비를 늘리겠다고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마디로 국민을 졸로 아는 행태다. 이른바 풍선 한쪽을 눌러서 다른 쪽을 키우는 풍선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여론의 질타는 극에 달했다. 결국 국회는 특활비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단, 의장단 몫만 남기겠다고 구걸을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정치인들의 도덕성이다. 소위 국가를 이끌어간다는 지도층이라는 인간들이 국민이 낸 세금을 쌈짓돈 쓰듯이 아무 거리낌없이 써 대면서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않은, 마치 별 것 아닌 소소한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는 그들이 치부하는 그 소소함에 비한다면 티끌 같은 것일 수도 있는 지난 일에 대한 부채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들은 한낱 속한에 불과한 나보다 훨씬 저급한 철면피들임에 틀림없다.

 나는 정부기관이 아닌 개인기업에 근무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업무추진비를 규정대로 사용하지않고 쌈짓돈처럼 사용한 결과로 직장생활을 접었다. 나는 바르지않았던 나의 처신을 후회하고 미워하고 질책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수많은 밤들을 잠 못 이루며 괴로워했다. 그로 인해 이곳으로 이민을 오게 된 것이다. 가끔은 그 업무 추진비를 바르지않게 사용했던 행동이 엉뚱하게도 나를 이렇게 평화스러운 땅에서 살게 한, 전화위복이 됐다는 생각에 혼자 씁쓸하게 웃곤 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 처신만은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움으로 아프게 남아있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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