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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아!
선데이타임즈 | 승인 2018.08.09 09:58|조회수 : 610

 

 잘들어 갔니? 언제나 만나자는 연락은 너가 먼저하고 나는 한번도 너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없으니, 참으로 민망 하구나.

너와 니 남편을 만나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편가르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참 좋더라. 너희 부부는 누구든 좋은 이야기만 하지. 대체로 한국사람들은 자기와 삶의 프레임이 다르면 그 사람이 아무리 옳고 바르다고 해도 그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않는 성향이 강하다. 그 사람과 가까운 사람, 그 사람의 주변인물들까지도 무조건 멀리한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칭찬하면 칭찬하는 사람도 대척점에 세워버린다. 확고한 편가르기다. 그러면서 그걸 의리 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모른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은 무조건 악이고, 그와 가까운 사람도 모두 악이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느는 것은 소송 뿐 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서 개인간의 소송이 13배라고하니 알만 하지. 허긴 똘똘 뭉쳐도 살기 힘든 이민사회에서도 걸핏하면 소송이라 더라. 정말 부끄럽고 역겨운 고쳐야할 국민성이다.

 사람은 누구를 칭찬하기보다 험담할 때 더 큰 쾌락을 느끼는 동물이라고 하더라. 자기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똑똑하고 곧고 합리적이라는 터무니없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단점이나 흠집 들쳐 내기를 즐겨한다는 거야. 그러면서 통쾌함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나는 너를 잘 알고있지만 너는 나를 잘 모른다’는 오만과 편견의 틀 속에 갇혀있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험담을 즐겨하는 경향이 짙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보면 너희 부부는 참 겸손하고 심성이 곧은 족속인가 보다.

너를 만난 것이 2006년이었구나. 그리고 2009년말에 방송을 접으면서 우린 헤어진 거지. 헤아려보니 꽤 많은 세월이 흘렀네. 사람 사는 세상이란 동행의 틀에서 벗어나면 서로를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흔하지. 특히 이민사회에서 만난 사람은 함께하는 상황이 끝나면 대부분 연락두절이지. 사는 것이 불안하고 소란하고 여의치 않기 때문일 거다 만, 무엇보다 이민사회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의 진실을 보여주기에는 왠지 껄끄럽고, 가깝게 했다가는 후회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이겠지. 어쩌면 출생, 학력, 경력, 심지어 가족력까지 비트는 일부 ‘거시기’한 사람들에 대한 반작용 때문일 수도 있겠지. 하긴, 만나면 뭔가 신경 쓰이고, 뒷맛이 개운치 않는 그런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현명한 삶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까 너흰 바보다. 함께한 직장에서 헤어진 것이 10여년이 지났는데도 잊지않고 연락하고, 만나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늙은이의 피곤한 잔소리도 경청해주니, 사회통념상으로 보면 너희 부부는 뭔가 멍청한 바보다. 경제활동에 이미 손 털었고 나라에서 주는 용돈이 유일한, 얻을 것이라곤 먼지 밖에 없는 사람을 그 길다면 긴 세월을 기억해주고 챙겨준다는 것이 바보들이 아니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거겠지.

 내가 새기는 말 중에 ‘발 뿌리를 조심해라, 동무 잘못 사귀면 역적 된다’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사람 잘 사귀라는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더럽고, 흉측한 일들은 사람 잘못 사귀면서 일어나는 거다. 주위를 둘러봐라. 부정직한 처신을 하고도 뻔뻔하게 활보하고, 호형호제 하다가도 자기 이익과 관련 없어지면 언제 봤냐는 듯이 등 돌리는 사람들 제법 있잖냐. 아니 등만 돌리면 그래도 나은 셈이지. 이건 등돌리는 것에다 헐뜯고 모략하고 술안주로 삼는 사람들도 있더라. 내 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사고방식이지. 그런걸 생각하면 나는 내 발 뿌리를 제법 잘 놀린 모양이다. 그랬으니 너희 부부 같은 변함없고 순수한 사람을 만난 것 아니겠냐.

 원경아! 너를 만날 때 마다 느끼는 건데, 니 속에는 가시나무가 없더라. 그래서인가. 너희와 헤어져 돌아오면서 새삼스레 내 속엔 가시나무가 가득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내 속에 가시나무를 불태워버리자고 다짐을 했다.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그게 너 때문이다. 나를 들여다보게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족이다. 남은 인생 정말 똑바로 살겠다고 다짐 했다.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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